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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대로 독서일지

[이지은] 편집자의 마음

 

 

2020년 4월 1쇄 발행

더라인북스

 

 

귀엽고 작은 판형. 

가볍게 읽히면서도, 12년이라는 긴 세월을 직장인으로 보낸 저자의 인생이 담겨있다. 

 

이지은 작가는 본인을 출판'노동자'라 표현한다. 편집자라는 직함보다 더 우선순위로 '출판노동자'라고 소개하는 문장을 잘 들여다보면 책 전반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의 핵심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출판업계에서 12년간 노동자로서 살아온 이지은 작가의 경험과 통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편집자라는 직함과 몇몇 전문적인 영역만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직장인에게도 대입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반복적으로 몸이 움직이는 순간 삶의 모든 가능성은 문을 연다." 무엇을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면, 고민이나 생각하기 전에 그저 움직이는 편이 낫다고... 반복적으로 몸에 습관을 새기는일, 몸에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새기기 시작한다면 자연스레 내 것이 생긴다. 

 

열심병

뭐든 열심히 해서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열심병. 직장인의 세계에서 열심병에 걸려, 본인의 몸까지 해하며 누군가가 결국엔 알아줄 거란 착각에 빠지지 말자. 그보다 우선 나부터 챙기자. 내가 있고 그리고 일이 있으며, 내가 행복해야 내 일을 필요로 하는 상대도 행복해진다. "내가 행복해야 내 책도 행복하다"는 말이 참 와 닿았다. 

 

지속 가능한 삶

완벽보다는 지속 가능한 삶. 무리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개선되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성장은 지속에서 나오기 때문. 태만하지 않고 노력하면서도, 자신의 힘으로 되지 않는 것은 인정하는 편안한 마음이 필요하다. "김연수 작가는 '소설가의 일'에서 매일 글을 쓴다. 그리고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문장 사이에는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있다고 말했다"

 

퇴사는 답이 아니다

변화

지속 가능과는 또 반대되지만, 변화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고 변화가 없다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고 반복과 침체만 계속될 뿐이다. 뭔가 불합리하거나 불편하다고 느끼는 지점들은 한 번씩 들여다보고 개선해보자. 하루에 하나씩 기존의 방법이나 법을 어겨보자. 그러한 실천이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책을 읽다가 이 챕터에서 5년을 넘게 다니던 회사와 퇴사 당시가 떠올랐다. 5년이라는 긴 세월을 다닌 회사에서 나는 실력도 내 미래도 점점 침체되는 기분이었다. 어찌할 줄 모르고 방황했다. 하지만 몸에 맞게 편해진 회사에서 당장 나오는 것도 어려웠다. 퇴사를 하면서 당시의 마음은 회사를 탓했다. 모두가 함께 침체되는 배에 비유하곤 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회사의 고질적인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함께 가라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움직였다면? 회사는 몰라도 적어도 나는 그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했을 것이다. 

 

편집자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편집자란 "들어주는 사람. 그들을 그들 자체로 가장 그들답게 있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편집자이자 시인인 김민정 씨가 말했다고 한다. 이거 정말 내가 잘하는 부분인데..."편집자란 저자의 생각과 말이 맞닿도록 돕는 사람"

 

독서 리스트 

브런치 포스팅을 기반으로 엮인 이 책은, 단위 단위가 포스팅 정도의 길이. 하나의 포스팅을 읽을 때마다, 핫했던 책들, 화제가 되었던 책들부터 고전까지, 각각의 책들에서 얻은 그녀만의 인사이트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출판, 노동, 목소리" (고아영 등저)

"논어" (공자)

"결국 컨셉" (김동욱)

"책갈피의 기분" (김먼지)

"소설가의 일" (김연수)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김지수)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공감 연습" (레슬리 제이미슨)

"아무튼 피트니스" (류은숙)

"맹자" (맹자)

"미치지 않고서야" (미노와 고스케)

"콘텐츠의 미래" (바라트 아난드)

"번역가 모모씨의 일" (박산호, 노승영)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서동진)

"시스터 아웃사이더" (오드리 로드)

"글자 풍경" (유지원)

"글쓰기의 최전선" "출판하는 마음"(은유)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이아림)

"편집자 되는 법" (이옥란)

"창업가의 일" (임정민)

"숨은 노동 일러두기" (전국 언론 노동조합 출판노조협의회 여성의원)

"편집의 발명" (정상우)

"습관의 힘" (찰스 두히그)

"송곳" (최규석)

"권외 편집자" (츠즈키 교이치)

"고민이 고민입니다." (하지현)

"무명의 말들" (후지이 다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