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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대로 독서일지

[오마타 나오히코] 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 팬, 그리고 난민

 

 

2020년 6월 초판 1쇄 발행

원더박스 

 

3-4개월 전에 나온 따끈한 번역서. 

제목과 표지의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든다.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팬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웃이다. 난민을 이렇게 표현하니, 제목만 봐도 정말 이웃이 된 것 같다. 다양한 색채가 하나로 모여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이 책에서 담은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했다.

 

 

"우리 중 누구도 난민이 될 수 있다"

 

오마타 나오히코는 영국 런던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논문을 쓰기 위해 부두부람 난민캠프에서 1년 넘게 체류하면서 조사를 시작한다. 그의 논문에는 담지 못한 401일 체류기가 담긴 오마타 나오히코의 책은 어려운 학술서가 아닌 생생한 체험담을 위주로 쓰여진 글로, 연구자가 아닌 대중들이 난민을 이해하는데 참 좋은 입문서이다. 그냥 입문서를 넘어서서 난민이라는 단어의 정의 뿐 아니라 학술 세계 너머에 있는 진짜 난민의 삶을 그려볼 수 있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낯설기만 하던

난민 Refugee이라는 존재 

난민이라는 단어도 많이 듣고 접했지만, 정말 진지하게 그 단어를 곱씹어 무엇인지 생각해보려 했던 적이 있을까?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난민을 연구하고 관심있어하는 오마타 나오히코라는 사람도, 난민이라는 단어도 내게는 낯설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 단어의 정의에 대해 정말 잘 모르고 있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오마타 나오히코 작가의 정의가 참 마음에 들었다:

 

"난민 캠프의 사회구조와 그곳에서 꾸려나가는 난민들의 삶은 우리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본래 난민이라는 툭수한 인종이나 민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박해를 당하거나 분쟁에 휘말려 난민이 된 것이다. '난민'이라는 개념은 '국가와 시민'을 기본으로 하는 근대 사회 시스템에서 밀려나버린 사람들을 칭하기 위해 인류가 만들어낸 카테고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난민의 역사는 기원전 740년대로 돌아간다고 한다. 우리가 그렇게 잘 아는 고대 이스라엘 왕국, 유대인도 일종의 난민이었다. 

 

 

 

https://www.rsc.ox.ac.uk/people/naohiko-omata

 

 

오마타 나오히코는 여러가지 신분적 제약이 있는 난민들이 어떻게 독자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해나가는지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연구를 계속해나갔다. 그의 이력이 참 독특했는데, 책에서 읽어보니 겉에서 보이는 화려한 이력과는 달리, 정말 많은 고민과 고생이 따랐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원하는 목표점으로 가기 위해 돌아가는 것으로 보였던 이력이 나중에는 정말 도움이 된다는 것. 참 부럽고 배울만했던 것은 그가 연구하고자 하는 테마와 대상을 점점 구체화하고 그것을 실제로 실현해냈다는 것. 

 

화이트맨 White Man 

아프리카에서 동양인이 화이트맨, 즉 백인이라 불린다는 사실. 참 재미있다. 그들은 흑인과 흑인이 아닌 사람으로 사람들을 나누는데, 일단 동양인은 흑인이 아닌 사람이므로, 화이트맨으로 불리운다. 오마타 나오히코는 그러한 이유로 가나의 부두부람 캠프에서 화이트맨으로 불리운다. 백인 기준에서는 우리 동양인의 피부가 yellow 옐로우가 되고, 흑인의 입장에서는 백인이 된다는 것. 세계를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얼마나 달리 보이는지..."변방이라는 존재는 나라의 역사를, 지역의 역사를 나아가서는 세계의 역사를 다른 시점에서 되짚어볼 수 있는 여행의 출발점이 되고 국가나 국민이라는 중심에서는 볼 수 없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역사학자 테사 모리스-스즈키 Tessa Morris-Suzuki)

 

정우성, 정세랑씨의 추천과 책의 띠지에 나온 것처럼, "이 책이 고맙다"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