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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대로 독서일지

[매슈 배틀스]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

 

 

오랜만에 참 흥미로운 주제, 

저자는 10년 동안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그래서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글쓰기에 대한 지식이 들어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번역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특히 서두부분. 그래도 중간부터는 조금씩 더 쉽게 읽히기 시작. 

 

영어 제목인 Palimpesest : A history of the written word 에 걸맞게 전체적으로 글쓰기는 결국 팰램프세스트에 대한 시각은 변함이 없다. 팰램프세스트는 디지털 글쓰기 이전의 시대였던 고대에 쓰던 양피지 등 재료 위에 글쓰기가 되었을 때 진정한 삭제가 불가능한 것, 즉 지워고 그 위에 새롭게 쓰더라도 결국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라는 의미이다. 오늘날에 와서도 작가이자 연구자인 매슈는 글쓰기가 팰램프세스트라고 주장한다. 

 

양피지, 돌에 새겨졌던 글들 부터, 오늘날의 코딩까지...글쓰기의 일대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참 뇌가 즐거워지는 책이었다. 글쓰기와 읽기, 말하기의 연관관계,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점점 진화해왔다. 

 

아시아의 문자, 특히 한자와 같은 그림문자에서 출발한 상형문자에 대한 이야기도 서양인의 시각에서 설명되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기도 하였다. 서예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모든 것이 변화한다. 심지어 단단한 뼈조차 기의 현현이다...붓질은 (서예) 영원히 진행중인 서예다. 천상과 유사한 에너지인 양을 분배하고 확산시키는 작용이다...글자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지구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실체가 있는 사물...언제나 진행중인 이 글자는 물질적 세속의 요소돌 (붓, 먹, 종이) 로 이루어진다...글쓰기는 붓질이라는 수단으로 이러한 요소들을 불러내어 이상의 영역으로 부터 물질의 세계로 전달한다." 

 

글쓰기가 권력을 상징하기 위한 도구로 씌여지던 시대의 이야기. 필경사들의 활약. 코덱스. 성서. 저작권법. 도서관. 자주성이 없는 글을 쓰는 글인 코딩, 페이스북의 담벼락, 인간의 뇌까지. 방대한 양의 흥미로운 지식을 쏟아낸 이 책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