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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대로 독서일지

[사토 겐지] 풍경의 생산, 풍경의 해방

 

 

일종의 텍스트이자 미디어인 풍경. 미디어의 고고학이라는 주제로 풍경에 대한 고찰이 담긴 책.

 

"역사적으로 풍경이라는 개념 자체가 새로운 것을 보는 방법을 의미했다" 원근법과 같은 기법처럼, 화가들이 세상(풍경)을 바라보고 담는 시선과 방법도 꾸준히 변화해왔다. 사토 겐지는 우리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그리고 그것이 고스란히 담긴 풍경을 통해 물질과 동식물, 인류가 지난 시대에 남긴 흔적을 찾아내고 역사를 밝히는 사회과학 학문인 고고학을 펼쳐낸다. 

 

예술과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꽤 흥미롭게 볼 만한 책이다. 결국 예술과 디자인도 원근법이나 사진술 등과 같은 다양한 풍경을 담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하는 시각학문의 일종이기에 접근의 방향은 완전히 반대일 수 있지만 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일까? 사진이라는 새로운 시각 경험은 우리의 인식에 어떠한 균열을 만들어냈을까?" 라는 매우 흥미로운 질문들로 가득차있다. 

 

미디어로서 그림엽서에 대한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그림엽서와 달리, 사체 사진이나 자연재해의 풍경들을 담았던 사건 그림엽서는 오늘날 신문이나 미디어가 활기치기 이전 시대에 일종의 미디어 역할을 했다. 신속하기도 하고 쉽게 이동이 가능한 판형이었던 그림엽서는 그렇게 미디어 역사의 기원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archeology - modernology

고현학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흥미로웠다. 나는 잘 몰랐지만 고고학에서 현자를 넣어 고현학이다. 현재 살아있는 것, 풍경, 보이는 것 등 변동이 격심한 현대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풍속세태(風俗世態), 유행의 흐름 등의 변천을 조직적․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조사 및 방대한 양을 기록하여 장래의 발전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현대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학문으로, 짧게 일축하자면 현대의 사회 현상을 연구하여 그 진상을 파악하려는 학문이다. 곤 와지로 박사의 창안으로 이 학문은 일본에서 아주 잠시동안 성장세를 보이다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엄청난 양의 기록을 통해 고현학 학문이 꽃을 피웠다. "철저한 기록이라는 실증적 방법론 측면에서는 오늘날까지도 계승할 만한 비판력을 가졌다"

 

야나기타 구니오의 풍경론과 그의 저서 "콩의 잎과 태양" 에 대한 이야기도 한 챕터를 구성하는데,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어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다. 풍경을 통해 사람들이 잃어버린 "동물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 이라던가, "오감의 복합작용"으로 인해 계속해서 그 공백을 매우고자 사진, 엽서와 같은 미디어를 통해 복제를 하고 그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름 모를 막연한 어떤 기분...마음의 부유"를 막기 위하여 계속해서 기예와 소리와 관련된 미디어를 개발하고 복제 및 재구성하는 행위를 반복한다는 주장이 미술사과 다양한 미디어의 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